자비의 눈물
옛날, 일본에 양관 (良寬) 이라는
스님이 계셨습니다.
스님은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출가자의 길을 걷게 되었으므로
동생이 집안의 대를 잇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동생에게마저
자식이 없어 양자를 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양자가 이만 저만 속을 썩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밝힐 뿐 아니라 싸움꾼에 노름까지
못된 짓만 골라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양자 때문에 속을 썩이다 썩이다가
견디지 못한 아버지는 양자를 패기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문중 회의를 열기 위해 집안 사람들을 불러 모았으며.
당연히 그 자리에는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자 큰아버지인
양관 노 스님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회의가 열리자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양자의 못된 점을 조목 조목 늘어놓으며,
양자를 패기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갔습니다.
그리고는 양관 노 스님께 결론을 내려줄 것을 청 했습니다.
'이 집안의 가장 웃어른은 스님이시니
스님께서 마지막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처음부터 한마디 말씀도 없이 묵묵히 듣고만 계셨던 양관스님께서는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에 침묵으로 일관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습니다.
'벌써 날이 저물었구나.
이제 그만 절로 돌아가야겠다......'
방을 나온 양관 스님이 짚신을 신기 위해 마루 끝에 걸터앉자,
그 문제꾸러기 양자가 달려와 짚신을 신겨주고 짚신 끈을 묶어 주었습니다.
자신을 내몰지 않은 큰아버지 양관 노 스님에 대한
뭉클한 정감을 느껴 은연중에 짚신을 신겨드린 것입니다.
그때 짚신 끈을 묶고 있는 양자의 손등에 몇 점의 물방울이 떨어져,
고개를 들어 스님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그 물방울은 노 스님의 주름진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이었습니다.
노 스님의 눈물.......
그날 이후 양자의 성격과 행동은 백팔십도로 달라져
너무나 착한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족 수십 명이 달래고 꾸짖어도
고쳐지지 않았던 양자의 버릇이
노 스님의 눈물로 완전히 고쳐진 것 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자비의 눈물이 있어야 됩니다.
원리원칙 대로만 사는 존재이기 보다는
그 내면에 모든 이를 향한 자비의 눈물이 있어야 하고
참된 인정이 있어야 하고
피가 통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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