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를 찾아줘’는 600쪽이 넘는 장편의 소설이다. 그 긴 이야기 중에 어느 하나만 콕 집어서 인상적이라고 말하기가 참 어렵다. 다만 군데 군데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본다면 2부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에이미의 일기가 아닌 실종된 후 에이미의 시선에서 처음으로 그녀의 진짜 마음을 말하는 장면이다. 1부까지는 에이미가 연기한 멍청하지는 않지만 헌신적이고 남편을 믿는 불쌍한 에이미를 조작한 이야기와는 다르게 말이다. 이 부분부터 소설은 진짜 에이미의 속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군데 군데 등장하는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아하는 닉의 심리가 드러나는 부분, 에이미가 그녀의 부모가 쓴 어메이징 에이미를 의식하여 그녀 또한 남들에게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속마음도 이 소설이 단순하게 스릴러 소설이 아닌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또한 유명인 에이미의 실종으로 많은 언론들이 에이미의 실종을 다른 어떤 사건보다 더 흥미롭게 다루는 장면과 변호사 테더를 통해 언론과 여론에 의한 심판을 나타내는 장면 엘런 애벗쇼 라는 장면은 부가적으로 언론이 가지고 있는 무서움과 지나치게 선동적인 신중하지 못한 언론의 위험성을 느끼게 한다.
에이미를 찾기 직전까지 닉은 에이미를 죽이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죽이지 못한다. 닉의 동생 고는 그에게 떠나라고 말하지만 그는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에이미는 닉도 모르는 사이 임신을 하고 닉은 그녀를 떠나지 못한 채 에이미가 말한 닉의 실업 전 모습의 행복한 부부로 연기를 한다. 그의 변호사와 에이미가 닉에게 한 충고처럼 닉은 에이미에게 착하게 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닉은 에이미와의 승부에서 졌다고 볼 수 있다. 에이미의 말대로 닉은 에이미를 떠나지 못하고 그녀가 해라는 데로 한다. 그렇다고 닉은 에이미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남들이 보기에는 그들은 괜찮은 부부로 보인다. 에이미가 원하던 대로 그들은 다시 행복한 부부를 연기한다. 닉은 가끔씩 그녀를 진짜로 사랑하는 것과 연기하는 것의 경계를 헷갈린다.
나도 진짜처럼 연기하고 가끔씩 그것이 진짜인가 라는 착각도 든다. 근데 그것이 진짜 나도 아니라면 이건 행복한 걸까 고민이 된다. 어쨌든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는 에이미에게 있어 닉은 부처님 손바닥 위의 신세인 것 같다.
제목의 의미 주제의식과 연관지어보면
원작 gone girl의 한국판 제목 나를 찾아줘는 이 책의 전박적인 줄거리와 주제를 함께 나타낸다. 이 책의 큰 줄거리인 에이미의 실종과 그녀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남편 닉의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단순히 사라진 아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여자 주인공 에이미가 자신이 원했던 에이미의 삶을 되찾기 위한 극단적인 과정이다.
물론 에이미가 자의적으로 실종을 한 이유는 처음부터 자신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실종의 처음 목적은 자신에게 소홀한 탐탁지 않은 남편의 모습과 더불어 자신을 두고 외도까지는 하는
남편에 대한 벌이었다. 그녀는 과거에도 자신보다 앞서거나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는 사람에게는 닉과 같이 그녀만의 벌을 주었던 전례가 있다.
그녀는 남들보다 치밀하고 끈기있게 자신이 내리는 벌을 준비한다. 닉을 포함한 그녀의 ‘벌’을 위해 개입된 사람들은 그저 장기판의 장기에 불과하다.
그녀가 실종되는 동안 닉은 그녀가 누군가에 의해 실종된 것이 아니라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즉 벌을 주기위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그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게 되지만 그녀가 돌아와야만 그가 살인 용의자가 되지 않음을 알고 그녀가 돌아오기 위해 그녀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남편을 언론을 통해 연기한다.
에이미의 실종쇼를 통해 그는 그동안 몰랐던 에이미의 모습을 인지하고 또한 아버지의 상처에 의해 꾹꾹 감쳐왔던 자신을 직면한다.
에이미는 그녀가 말했듯이 수많은 가면을 가지고 그녀의 삶을 연기해왔다. 처음 닉을 만났을 때는 쿨한 여자를 연기 했고 결혼 초에는 남편을 춤추는 원숭이로 생각하지 않는 여자를 연기했다. 그런 삶을 싫어한 에이미는 닉이 좋아서 또 남들에게 좋은 커플로 보이기 위해 그런 연기를 했지만 내심 그녀에게 순종하지 않는 남편이 싫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 보급 상승, 경제 위기와 같은 일련의 사회적 변화에 결국 실직한 남편이 삶의 의욕을 잃다가 결국에는 그녀를 더 이상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는 다시 사람들의 부러움과 남편의 순응을 위해 어메이징한 자신의 모습을 위해 남편을 함정에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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